
W1. 예언자적 연구 이해하기
부트캠프 10기 훈련이야기
0. 들어가기
3월 1일, 연구탐사대 부트캠프 10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이전까지 연구계획서 완성이 목표였다면 우리는 이제 새로운 목표를 설정했습니다. 문제 현장에 필요한 지식, 솔루션 IP(Intellectual Property) 만들기. 2022년부터 시작된 부트캠프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연구를 경험하면서 깨달았죠. 진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지식은 우리가 알고 있는 학술연구만으로는 담아낼 수 없다는 것을요.
연구의 엄밀성을 지키기 위해 연구 범위를 줄이다 보면, 꼭 담아야 하는 현장의 목소리를 놓치는 것을 봅니다. 그때 우리는 논문을 내려놓을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진정으로 사람을 살리는 지식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필요한 선행 활동을 완수하고, 이를 바탕으로 학술 활동을 하는 것. 이것이 우리가 다시 정비해야 하는 연구자 마인드가 아닐까요?
이를 위해 부트캠프에서는 학술연구자가 아닌, 문제를 해결하는 예언자적 연구자로 다시 세워지기 위한 활동을 진행합니다. 12주 과정 중 첫 3주가 가장 중요할거예요. 예언자적 상상력 위에 세워지는 연구자가 되기 위한 온보딩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1. 예언자적 상상력
비판과 비전을 동시에 하는 사람
수많은 사회문제들은 계속해서 재발하고 변이됩니다. 이러한 문제들 속에서 우리는 어느덧 희망을 잃고 권태로움을 느끼기도 하고, 심지어 사회구조가 만들어낸 문제조차 개인의 탓으로 돌리기도 하죠. (울리히 벡, 1986) 이러한 시대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인류의 역사에서 수많은 고난이 있었을 때, 그 문제의 흐름을 넘는 이들은 항상 존재했습니다. 누군가의 끊임없는 희망 덕분에 지금의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죠. 그렇다면 자연스레 우리의 책임은 미래를 위해 그 역할을 기꺼이 해내야하는 것이 아닐까요. 역사적으로 의지 X 실력 X 시대가 마주할 때 변혁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인공지능은 과거 시계를 발명했을 때와 같은 변화를 만들어냈습니다. 새로운 시대에서 이 변화의 방향이 지옥으로 갈 지, 천국으로 갈지는 우리의 의지와 실력에 달려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예언자적 상상력을 가지고 연구를 통해 세상에 비전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예언자적 상상력은 단순히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문제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면서 동시에 더 나은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능력이죠. 예언자는 역사적으로 사회의 불의와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면서도, 그것을 넘어서는 새로운 가능성과 희망을 보여주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상상력을 시작으로 상징이 만들어지고, 실제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면, 새로운 헤게모니가 형성될 것을, 그랬을 때 우리는 이 새로운 시대에서도 다시 사회적 면역체계를 구축할 수 있음을 믿습니다.

예언자적 상상력에는 네 가지의 핵심 요소가 있습니다.
- 애통(Lamenting): 고통받는 자들과 함께 울며 탄식하는 단계
- 희망(Hoping): 대안적 미래에 대한 희망의 단계
- 비판(Criticizing): 지배적인 의식이 만들어낸 안일함과 허구를 폭로하는 단계
- 활력(Energizing): 새로운 생명력이 불어넣어지는 단계
예언자적 연구자로서 우리는 네 가지 핵심 요소 속에 세워져야 합니다. 먼저, 우리가 직면한 문제를 단순히 관찰 대상으로만 보지 않고 그들의 슬픔에 함께 공명하며 슬퍼해야 합니다. 그래야 진정으로 그 문제에 대한 진심(Integrity)을 가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통에만 반응하고 대안적 희망을 품지 않으면 우리는 고통에 잠식당할 수 있습니다. 그 문제에 마음을 쏟지만, 그 마음이 오히려 나를 에워싸며 고통을 주고 결국 무너지게 만들 수 있죠. 그러니 애통과 희망은 반드시 함께해야 합니다. 애통과 희망 위에서 진정으로 그 문제를 비판하며 근본적인 문제를 폭로하고 비전을 제시할 때, 우리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생명력과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습니다. 그때 비로소 상상력이던 단계에서 헤게모니의 변화까지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문제 현장에 귀 기울이면서도, 그 너머의 가능성을 보는 사람 비판의 용기와 비전의 희망을 동시에 품은 연구자
2. 예언자적 연구
예언자적 연구는 위에서 소개한 예언자적 상상력을 위에 세워진 연구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연구의 구조를 4가지 기둥으로 소개하고자 해요. 이 구조를 통해 기존 학계의 연구로서 제사장적 연구와 대안을 제시하는 예언자적 연구가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 소개합니다.
- 진심(Heart): 연구비전
- 이론(Theory): 주제중심의 이론조합
- 방법론(Method): 분리의 기술과 애자일 방식의 연구
- 전달 (Delivery): 리빙북(Living Book)

제사장적 연구 vs 예언자적 연구
우리는 연구의 접근방식을 제사장적 연구와 예언자적 연구로 나뉘어 보았습니다. 두 접근 방식은 연구의 목적, 방법, 그리고 결과물에서 본질적인 차이를 보입니다.
제사장적 연구의 특징
제사장적 연구는 기존 시스템과 구조를 유지하고 정당화하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제사장이 전통과 의식을 보존하는 역할을 했던 것처럼, 이러한 연구는 기존 학문 체계와 방법론을 충실히 따르며 학계의 규범 안에서 안전하게 연구를 진행하는 현상 유지적 특성을 가집니다. 또한 연구자의 개인적 감정이나 가치판단을 배제하고 순수한 학술적 관찰자로 남으려 하며, 동료 학자들의 인정과 학술지 게재를 최우선 목표로 삼습니다. 엄밀한 방법론을 통해 검증 가능한 지식을 생산하는 데 집중하며 현장의 복잡성보다는 연구의 타당성을 우선시하고, 연구 대상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객관적 관찰자의 위치를 고수합니다.
예언자적 연구의 특징
반면, 예언자적 연구는 현재의 문제를 비판하고 더 나은 미래를 향한 변화를 추구합니다. 예언자가 불의를 지적하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던 것처럼, 이러한 연구는 기존 시스템의 문제점을 드러내고 대안을 제시하는 변혁 지향적 목표를 가집니다. 연구자는 문제 현장의 고통에 공감하고 당사자들과 함께 슬퍼하며 그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진심과 참여의 자세를 취합니다. 학술적 엄밀성도 중요하지만 현장에 실제로 필요한 솔루션 IP를 만드는 것을 우선시하는 현장 중심의 지식 생산을 추구하며, 현재의 문제를 날카롭게 비판하면서도 동시에 희망적인 대안과 가능성을 제시하는 비판과 비전의 균형을 유지합니다. 또한 논문 게재를 넘어서 실제 사회 변화와 사람들에게 생명력을 불어넣는 실천적 영향력을 목표로 합니다.
제사장적 연구가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학문의 기초를 다지고 지식을 축적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급변하는 시대, 해결되지 않고 반복되는 사회문제들 앞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예언자적 연구자의 자세입니다. 애통하면서도 희망을 품고, 비판하면서도 비전을 제시하며, 엄밀하면서도 현장의 목소리를 놓치지 않는 연구. 그것이 바로 진정으로 사람을 살리는 지식을 만드는 길입니다.
3. 예언자적 연구 논문을 넘어선 지식
1주차에서는 예언자적 상상력과 연구에 대해 전하고, 이 원칙에 맞는 하나의 예시 가져와 함께 리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한겨례 안수찬 기자가 작성한 <그들과 통하는 길 : 언론이 주목하지 않는 빈곤 청년의 실상>은 우리가 바라보는 예언자적 연구에 매우 가까운 글이라는 생각이 들어 이번 워크숍에 대표예시가 되었습니다

안수찬 기자의 <그들과 통하는 길>은 현장을 절대화하고 객관성이라는 엄밀성의 덫에 빠지기 쉬운 제사장적 연구의 한계를 극복하고, 현장을 변화시키는 데 목적을 둔 완벽한 예언자적 연구입니다. 첫째, 이 연구는 통계 수치에 가려져 있던 빈곤 청년들의 진짜 삶의 현장(공단, 반지하, 대형마트 등)을 연구의 중심에 두고 그곳에서 터져 나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둘째, 관찰자로서 거리를 두는 대신 대상자와 함께 일하고 밥을 먹으며 마음을 여는 '진심'과 '인격적 소통'을 연구 방법론으로 택했습니다. 셋째, 빈곤을 단순한 경제 문제로 환원하지 않고 역사, 교육, 노동, 정치 구조를 아우르는 다원적인 시각으로 입체감 있게 해석해 냈습니다. 마지막으로, 현상 비판에만 머물지 않고 정치인과 복지사가 직접 그들의 일상으로 스며들어야 한다는 명확한 대안적 상상력(소셜 비전)을 제시함으로써, 읽는 이의 마음과 행동을 움직이게 하는 진정한 '리빙북(Living Book)'을 완성해 냈기 때문입니다.
4. 우리가 찾은 예자적 연구들
1주차 워크숍이 마무리된 후, 참여자들은 각자의 문제 영역에서 예언자적 연구를 찾아 리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워크숍의 핵심 목적은 학습 전이를 일으켜 각자의 연구 여정에 적용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예시를 넘어 자신만의 여정을 만들어가는 이 활동은 매우 중요합니다.
🧑🏻🚀 박찬준 대원님의 선택 <신선호, 조용한 붕괴>
현장에서 직접 목격한 것을 기반으로 문제의식을 키운 점에서 현장을 지향하고 있음이 확인된다. 또한, 자신의 경험에서 그치지 않고, 국내 청소년에 대한 실태조사 자료를 통해 문제의 범위를 논리적으로 확장하였다. 시스템적 관점에서 국내 정책 및 제도에 대한 문제점을 짚고 현실적인 대안을 제안했으며, 그 과정에서 ‘교육 생태계’의 각 주체에 대한 역할을 제시하였다. 특히, 학교 관리자로서, 또는 현장 교사로서 지침서에 가까운 구체적인 내용을 포함한다는 점에서 현장의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예언자적 연구로 보인다.
🧑🏻🚀 김영준 대원님의 선택 <최명애(2023), 인간 너머의 기후정의>
인간이라는 존재가 인간이란 한계에도 불구하고, 비인간 존재와 경합할 수 있는 ‘정의’를 논하고 있다는 점에서. 달리 표현하면, 인간 세계의 기후정의라는 개념조차 아직 제대로 구현이 안 되는 상황에서 비인간 존재들과의 다종적 정의를 논한다는 점에서 예언자적이다.
🧑🏻🚀 강동희 대원님의 선택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2025), 성소수자 노동자 노동실태 및 정신건강 연구>
해당 저작물은 ‘제사장적 연구’의 도구라고 할 수 있는 통계(서베이), 인터뷰 등의 방법론을 사용하였으나 주제와 내용적인 측면에서 기존의 학술, 정책연구보고서 등에서 다루지 않았던 주제와 영역을 조망함으로서 연구대상의 현황과 목소리, 자리를 마련했다는 측면에서 예언자적 연구라고 생각하며, 예언자적 연구에 있어서 방법론의 새로움보다는 관점과 목적 등에서의 진심이 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음.
🧑🏻🚀 류태림 대원님의 선책 <기획 시리즈 「경계 청년」 , 경향신문>
「부들부들 청년」 기획은 청년 문제를 단순한 취업난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구조적 불평등 문제로 재해석했다는 점에서 예언자적 연구라고 할 수 있다. 기존 사회 담론에서는 청년 문제를 개인의 노력 부족이나 세대 특성으로 설명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 기획은 노동시장 구조와 고용 형태 변화가 청년 세대의 삶을 어떻게 불안정하게 만드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청년 문제를 취업률과 같은 단순 지표가 아니라 노동의 질과 삶의 조건이라는 관점에서 분석한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청년 정책이 단순한 취업 지원을 넘어 노동시장 구조와 사회적 안전망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따라서 이 연구는 기존 문제 인식을 넘어 새로운 사회적 관점과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예언자적 연구의 성격을 가진다.
5. 나가기
그대 어떻게 살 것 인가.
간혹, 그런 질문을 듣습니다. “왜 굳이 사회문제여야해? 모든 연구는 사회적이지 않나?” 우리는 이야기 합니다. “굳이 사회문제여야 한다”고요. 연구라는 레버리지가 큰 활동이 사회문제 해결 단계 안에 들어갈 때 얼마나 얼마나 멋진 일을 해낼 수 있을 지 상상했을 때, 우리는 반드시 사회문제를 연구하는 연구자들과 함께 해야한다고요.
2012년 방영된 HBO 드라마 《뉴스룸》(The Newsroom) 에서 뉴스나이트의 총괄 프로튜서였던 매켄지 맥헤일은 단 5%가 제대로된 뉴스를 본다면 이 나라가 바뀔거라고 말합니다. 정직한 뉴스, 진실을 전하는 저널리즘이 그 5%에게 닿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선거 결과가 바뀌고, 정책이 바뀌고, 결국 사회가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이죠. 이 장면 연구탐사대를 만들어가고 있는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연구자의 5%가 사람을 살리는 연구, 예언자적 연구자로서 지식을 만들고, 그 진심이 담긴 지식이 올바른 5%에게 전달된다면 우리는 세상을 바꾸는 시작점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건 그냥 꿈이 아니예요. 실제로, 지난 4년 동안 150여명의 부트캠프 대원을 만났고, 그들로 부터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되었습니다. 국가기관과의 연구용역을 체결하기도, 크라우드펀딩으로 연구비를 만들어 아무도 하지 않는 연구를 해보기도 했죠. 심지어 소셜벤처의 다음을 위한 연구를 위해 연구자들이 각 지역에서 모이기도 했습니다. 우리와 함께 할 때 세상에 진짜 필요한 연구를 할 수 있습니다.
기왕 이렇게 된거, 세상에 필요한 연구자가 되보는 건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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